BGM : 백예린 - 지켜줄게
적막한 밤을 깨뜨리는 여자가 있다.
심야 3시.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가로등이 간신히 밤길을 비추고, 모든 것이 잠들어 조용한 곳.
내 앞을 스킵하며 가볍게 뛰어오르는 여자. 불빛에 비치는 금빛 긴 머리가, 3엔짜리 나일론 주머니를 휘젓고 있다.
"안에 든 거 떨어뜨리지마"
내가 그렇게 말을 걸면, 네에~하고 길게 늘어뜨리는 대답이 돌아왔다.
평소엔 좀 더 어른스러운 척을 하고 있어서, 어리광부린다 기보다 어리광을 받아주는 편이 많은 그녀도, 심야라고 하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는 동심으로 돌아가는 게 가능하다는 것 같다.
뭐어 내가 보고 있긴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같이 있어서 이제는 신경 쓸 것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거겠지.
밖으로 나갈 때는 반드시 묶여 있는 사이드테일이 흔들리고, 불빛을 반사해서 빛이 난다.
그녀의 어머니도, 언니도.
소중하게 이어져 왔다는 것은, 조금 한밤중의 편의점에 갈 때에도 건재하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 외에는 민낯이고, 조금 복슬복슬한 귀여운 실내복 차림인 것이지만, 그 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 쿨함도 겸비하고 있는 것은, 한 가지 그녀의 갭일지도 모른다. 평범하게 양반다리라든가 하기도 하고.
그녀, 이지치 니지카에게는 미묘하게 아저씨 같은 부분이 있다.
캄캄한 심야에 금가루를 뿌린 것처럼 빛에 반사된 그녀의 춤은, 어딘지 모르게 속세와 떨어져 있는 듯이 보였다.
별로 그런 일 없을 텐데,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수수께끼의 고독감에 발이 멈춘다.
몇 초도 되지 않은 텀이었지만, 나의 멈춘 발을 알아챈 그녀는 춤추듯이 돌아섰다.
어차피 일시적인 고독감이고, 상대도 일단은 신경이 쓰였던 모양인지,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온다.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냐."
아주 조금 잰걸음으로 그녀의 옆까지 가면, 씨ㅡ익하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번에는 같은 속도로 걷기 시작한다.
그녀가 다시 현실감 없는 세계로 가버리지 않도록, 그녀의 빈 왼손에 자신의 오른손을 휘감는다. 라고 말해도, 얽은 것은 새끼 손가락 뿐이고, 실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가냘픈 연결이지만.
평소 내가 먼저 닿으려 하는 것 같은 일은, 특히 밖, 사람의 눈이 있는 곳에서는 하지 않기 때문일까. 그녀는 이어진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약간 경악한 표정으로 보고서, 몇 번이고 나의 얼굴과 손가락을 왔다리 갔다리 한다.
그 후, 만개한 꽃이 피는 듯 화알짝 웃음을 짓고는, 조금 수줍은 듯이 얼굴을 돌린다.
"아, 고양이!"
그녀 나름의 일종의 쑥스러움 숨기기의 하나였겠지. 가느다란 실타래와 같은 연결이 쉽게 끊어져, 그녀는 가로등 아래에서 천천히 걷고 있던 고양이를 향해 갔다. 겨우 새끼손가락에 남아 있던 온기이지만 아쉽다고 생각하면서 그녀의 뒤를 쫓는다.
내게서 그녀를 빼앗아 간 고양이는, 아주 뻔뻔하고 뚱뚱한 악역도 한 수 접을 듯한 풍모를 지닌 삼색고양이였다. 목줄은 채워지지 않았지만 사람에게 익숙한 걸까. 우리가 다가가도 흥미로움이 깃든 눈으로 우리를 보고만 있을 뿐, 도망치는 일은 없었다.
"마, 만져도 될까?"
"더러워. 바이러스 균 덩어리"
"정서가 너무 메말랐어!"
착하지~착하지~ 아기를 달래기 위한 말을 내뱉으면서 고양이에게로 손을 뻗는 그녀.
고양이도 한순간 이쪽을 본 후에, 그 왼손에 다가와 얼굴을 비비고 있다.
"차, 착한 아이네! 이 아이 착한 아이야!"
"네네. 잘됐네 잘됐어"
도둑고양이를 짜게 식은 눈으로 내려다본다.
어때? 라고 말하는 듯이 그녀에게 바싹 다가가 아첨을 하는 살찐 동물. 고로고로 골골송을 울리며 기분 좋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고양이에, 그녀의 쪽도 녹아내릴 듯 풀어진 표정을 지고 있다.
고양이하고 눈이 마주치고, 파팍하고 불꽃이 튀는 환각이 보였다.
"냐아~옹, 냐아~옹"
갑자기 고양이 울음소리 흉내를 내기 시작한 그녀를, 서툰 고양이어, 라고 생각하면서 보고 있으면, 고양이 쪽에서도 "냐ㅡ 냐ㅡ" 하고 울기 시작했다.
"에, 대화할 수 있는 거야?"
"냐아오"
"냐아오, 는 아니야..."
"냐아ㅡ오"
글렀다, 전혀 대화가 통하지를 않아. 완전히 몸도 마음도 못생긴 삼색 고양이에게 빼앗겨 버린 것 같다.
바스락 바스락 편의점 봉투를 뒤지며, 몰래 집어먹으려고 우리가 산 쇠고기 육포 따위를 꺼내고 있다.
인간용은 염분이 높아서 안 좋다?
"냐냐"
라고 말하면서 흔들흔들 육포를 흔들면, 먹어도 되는 거야?! 같은 반짝반짝한 시선이 돌아왔다. 냐아ㅡ 하고 변함없이 의미불명 고양이어로 말하고 있는 그녀가 손수 떼어주는 육포를 먹는 고양이는, 이쪽의 예상보다도 훨씬 사람에게 익숙한 것처럼 보였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인가 뭔가인가?
"료! 푹신푹신해! 료도 만져봐!"
거기서 겨우 고양이에게 빼앗긴 마음을 되찾고, 나를 떠올린 듯 이쪽을 돌아보는 그녀.
어쩐지 납득 가지 않는, 석연치 않는 부분도 있지만 솔직히 고양이 자체에는 죄가 없다. 전부 나의 피해망상일 뿐이니까. 팩트는, 사람에게 잘 따르는 고양이를 니지카가 쓰다듬고 있다, 라는 사실 뿐.
그녀의 옆에 구부려 앉아, 똑같이 손을 뻗는다. 그 머리에 닿기 직전, 찰싹하고 앞발로 맞았다.
".........."
"오오! 훌륭한 고양이 펀치!"
"..........."
역시 적이다, 이 녀석. 확신했어. 뭐지 이 견딜 수 없는 굴욕감.
참을 수 없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예의 그 고양이에게로 눈을 돌리면, 그녀에게 몸을 부비부비 비비며 아첨하기에 여념이 없다.
차카다 차카다,라고 고양이어에서 유아어로 돌아온 그녀는, 변함없이 고양이를 부드럽게 만지고 있다. 바보라고 생각하면서, 어쩐지 그녀를 고양이에게 빼앗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도 고양이에게만 신경을 써주고 있는 것 같아 분했다. 고양이조차 나의 상대가 되어주지 않았는데.
"....... 돌아가자, 니지카"
"에에~? 벌써??"
"됐으니까"
"아깝다아~"
바이바이, 하고 작게 고양이에게 손을 흔들며 아쉬운 듯한 그녀의 손을 잡아 당겨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어선다.
누구에게나 끈적끈적한 아첨을 파는 것 같은 고양이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먹이를 준다면 누구라도 좋다는 그런 고양이에게, 소중한 여자친구를 빼앗기고 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에게는, 그녀 밖에 없는데.
말 없이 걷고 있으면, 정적 가운데 겨우 목소리가 생겨났다.
"있지 있지"
"... 왜"
무척이나 유쾌하단 듯한 표정을 지은 그녀의 목소리가 울린다.
"혹시 말야, 고양이한테 질투하고 있어?"
"별로. 뭐야? 고양이한테 질투한다던가. 의미불명. 바보 같아"
"에에~ 그치만"
"그치만이 아니야, 질투 안 해"
그렇게 단호박으로 대답하면, 그녀는 으ㅡ음하고 생각하는 듯한 모습의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서는, 삐용하고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한 얼굴을 한 뒤, 조금 전에 풀렸던, 도둑 고양이에게 빼앗겼던 왼손을 뻗어왔다.
"짜카지 짜카지. 신경쓰지 못해서 미안해~"
아까의 고양이에게 하는 것처럼, 어째선지 조금 유아어가 된 상태로 머리를 쓰다듬어졌다.
찰싹하고 털어버린다. 기이하게도 그것은, 자신이 고양이에게 당한 고양이 펀치하고 동일한 것이었다.
"오오, 훌륭한데 료 펀치"
"바보 같은 말 하지 말고, 얼른 걸어. 이제 지쳤어"
"아, 두고 가지 마ㅡ!"
종종걸음으로 뒤쫓아오는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다음은 고양이처럼 그렇게 간단히는 끊어지지 않도록 다섯개의 실로 포갰다.
뀨욱하고 잡은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평소보다 강하고.
역시 질투하고 있잖아... 하고 어이없는 그녀의 목소리는 듣지 못한 걸로 하기로 했다.
사스가 하쵸상!
문장이 예술이네요 ㅠㅠ
질투하는 료 너무 귀엽 ㅋ
눈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천연인 니지카도 귀엽 ㅋ
저 도둑(?) 고양이는 백퍼 눈치 백단이네요 ㅋㅋㅋ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88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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